여러분은 왜 퍼즐게임을 하시나요. 어려운 스테이지를 돌파했을 때의 희열 때문에? 또는 바쁜 일상 속 짬이 나는 순간 작은 재미를 챙기고 싶어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퍼즐게임이 가지는 공통적인 장르 장점은 캐주얼한 재미일 겁니다. 조작에 집중할 필요도, 육성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죠. 오며가며 대중교통 안에 선 채로 짬짬이 즐겨도 충분하고요.

지금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표현하는 퍼즐게임들도 대부분 캐주얼합니다. 대신 캐주얼한 만큼 유저 한 명에게서 기대되는 수익이 높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유저를 모아 매출을 내는 전략으로 서비스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캔디크러쉬사가’나 ‘꿈의 집(Homescape)’이 있죠. 그리고 이 두 시리즈는 여전히 전 세계 모바일 오픈마켓 매출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퍼즐게임 유저들은 플레이하는 게임을 잘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 2024년 3월 26일 글로벌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미국 3위에 랭크된 '캔디크러쉬사가'
▲ 2024년 3월 26일 글로벌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미국 3위에 랭크된 '캔디크러쉬사가'
▲ 2024년 3월 26일 글로벌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2위에 오른 '꿈의 집'
▲ 2024년 3월 26일 글로벌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2위에 오른 '꿈의 집'

‘쿠키런: 마녀의 성(이하 ‘마녀의 성’)’은 그런 시장에 데브시스터즈가 내놓은 출사표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게임 이전에 ‘쿠키런 퍼즐 월드’가 있었지만,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죠.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팀이 절치부심해 제작한 게임이 ‘마녀의 성’인데요. 일반적인 퍼즐게임에서는 보기 어려운 요소를 배치해 차별화에 힘을 쓴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이번 작품만큼은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가 인트로부터 느껴질 정도죠.

▲ 게임을 처음 설치하면 나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인트로
▲ 게임을 처음 설치하면 나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인트로

하지만 아쉽게도 ‘마녀의 성’의 초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국내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에서는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긴 하지만 순위가 그다지 높지 않고, 글로벌 주요 모바일 오픈마켓 순위에서도 ‘마녀의 성’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죠. ‘쿠키런: 킹덤’으로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것처럼 보였던 ‘쿠키런’ IP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쿠키런: 마녀의 성' 론칭 이미지 (자료 제공: 데브시스터즈)
▲ '쿠키런: 마녀의 성' 론칭 이미지 (자료 제공: 데브시스터즈)

 


장르에 맞물리지 않는
차별화 요소들

개발사인 스튜디오킹덤은 ‘마녀의 성’에 ‘쿠키런’ IP를 재료로 한 갖은 양념을 더했습니다. 출시를 앞두고 공개한 게임 관련 정보들이나 영상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큰 강점으로 어필했죠. 그간 나왔던 ‘쿠키런’ IP 게임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프리퀄 스토리와 고품질 애니메이션 컷신, 유명 성우의 풀 더빙 대사 등인데요. 기존 퍼즐게임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콘텐츠인 만큼, IP 팬들은 물론 기존 퍼즐게임 유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 인트로에 나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 인트로에 나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 게임 진행 중 등장하는 쿠키 대화 컷신
▲ 게임 진행 중 등장하는 쿠키 대화 컷신

차별점은 또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확장되는 공간을 꾸미는 데코 시스템, 그리고 각종 이벤트 컷신과 데코 세트, 쿠키 등을 모아 완성하는 콜렉션 시스템이죠. 데코 시스템은 ‘쿠키런 : 킹덤’에서 호평을 받았던 꾸미기 요소를 가져온 것이고, 콜렉션은 게임 진척도에 따라 보상을 받아갈 수 있게끔 설계한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특히 콜렉션은 수집형 콘텐츠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게임에서 많이 도입되는 방식이기도 하죠.

▲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별을 모아 공간을 치울 수 있고
▲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별을 모아 공간을 치울 수 있고
▲ 공간을 치우면 데코 아이템을 모아 콜렉션할 수 있다
▲ 공간을 치우면 데코 아이템을 모아 콜렉션할 수 있다
▲ 시즌패스에서도 판매되는 데코 아이템
▲ 시즌패스에서도 판매되는 데코 아이템

이렇듯 ‘마녀의 성’에 들어간 일련의 시도들을 보고 있노라면, 스튜디오킹덤의 고민과 노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들은 개발사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마녀의 성’은 퍼즐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퍼즐게임 장르에서 서사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고품질의 스토리텔링 영상도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퍼즐게임은 퍼즐을 푸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이지,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 성우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 하는 장르가 아니니까요.

개발사는 탑이라는 공간을 치우고, 데코하는 요소와 서사를 결합시켜 플레이 동기를 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부가 콘텐츠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런 요소들이 퍼즐 플레이 흐름을 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층을 올라가거나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등 꽤 잦은 빈도로 컷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선호하지 않는 유저를 위해 스킵 버튼도 마련돼 있기는 하나, 이런 편의 기능에서도 캐릭터와 서사, 그리고 풀 더빙이 퍼즐게임에서는 차별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게 될 뿐입니다.

단순히 여태껏 동 장르에서 시도되지 않았다고 해서, 퀄리티가 높다고 해서 차별화가 되지는 않습니다. 장르의 특징과 새로운 시도가 잘 어우러졌을 때, 그리고 유저가 그 지점에서 즐거움을 느낄 때 차별화가 만들어지죠. 아쉽게도 ‘마녀의 성’은 장르와 잘 결합되지 않는 지점에서 차별화 요소를 고민한 듯 합니다.

 

유쾌하지 않은
뽑기 경험

‘마녀의 성’에는 뽑기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퍼즐게임에 수집형 요소를 더해 수익 모델을 보강하고자 한 시도로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 방식의 전략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퍼즐게임의 장르적 한계를 넘고자 했지만, 한계를 넘는 데에만 집중해서인지 유저 경험 관리에는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은 듯 해 매우 아쉽습니다.

▲ '마녀의 성' 뽑기 시스템 인게임 설명 화면
▲ '마녀의 성' 뽑기 시스템 인게임 설명 화면

보통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하는 게임들은 유저가 목표한 것을 뽑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보상으로 줍니다. 법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조항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유저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녀의 성’은 꽤 기묘한 방식의 뽑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주사위 세 개를 던져 나온 면의 모양이 모두 일치하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각 카테고리별 포인트만 줍니다. 뽑기는 총 다섯 가지 카테고리가 존재하고, 이 카테고리는 유저가 선택할 수 없죠.

▲ 이렇게 3면이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 이렇게 3면이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 하나라도 틀리면 뽑기를 못 하는 상황
▲ 하나라도 틀리면 뽑기를 못 하는 상황

운이 좋다면 주사위를 한 번만 굴려도 원하는 카테고리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겠지만, 주사위 앞면이 단 하나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재화를 쓰고도 아무 것도 못 얻습니다. 게임 내에서 획득 가능한 재화인 골드로 주사위를 굴릴 수 있다지만, 뽑기 경험 자체가 일반적인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보니 비교적 저렴한 뽑기 가격도 큰 장점으로 와 닿지 않습니다. 사실상 핵심 아이템은 플레이어블 쿠키지만, 이 자체를 얻기도 매우 어렵고요.

▲ 게임 내에서도 쿠키 확률만 표기하고 있다
▲ 게임 내에서도 쿠키 확률만 표기하고 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와 ‘쿠키런: 킹덤’은 뽑기 경험이 꽤 긍정적인 타이틀이었고, 실제로 플레이하는 이용자 사이에서도 이른바 ‘혜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녀의 성’에서는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해야 했던 걸까요. 쿠키와 데코 아이템 수집 자체를 콘텐츠로 판단해 도입한 방법일 수는 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경험도 썩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차별화가 필요하다

‘마녀의 성’을 플레이하며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었습니다.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려면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 이 게임 역시 적지 않은 개발진의 고민이 응축된 작품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인트로에 등장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UI 버튼 하나까지도 신경쓴 듯한 비주얼, 그리고 ‘쿠키런’ IP의 세계관과 설정을 해치지 않기 위한 소소한 디테일까지 곳곳에 개발진의 고민과 노력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다른 퍼즐게임이 아닌 ‘마녀의 성’을 꼭 해야만 하는 차별화로 승화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 비동기 경쟁 콘텐츠인 빗자루 레이스
▲ 비동기 경쟁 콘텐츠인 빗자루 레이스
▲ 일정 스테이지에 도달하면 나오는 보스전 역시 다른 퍼즐게임에서도 시도됐던 방식이다
▲ 일정 스테이지에 도달하면 나오는 보스전 역시 다른 퍼즐게임에서도 시도됐던 방식이다

스튜디오킹덤이 IP와 캐릭터, 서사가 아닌 플레이 방식으로 차별화를 노렸으면 어땠을까요.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실시간 협동 콘텐츠인 ‘우정런’처럼, 새로운 방식의 퍼즐 플레이를 도입해봤더라면 이용자에게 조금 더 와닿는 차별화가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마녀의 성’이 보다 장르에 잘 어우러지는 차별화에 도전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제까지나 ‘쿠키런’ IP 팬들만을 위한 게임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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