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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대로 일대는 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라 불린다 (사진 촬영: PNN)

강남대로 부근 상권은 예로부터 임대료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사무실이 밀집된 테헤란로 근처라 직장인 접근이 많고, 토익과 토플 강의로 유명한 어학원이 있어 젊은 대학생 방문 비중도 높다. 여기에 지나가는 버스 노선도 많은 교통의 요지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들르는 ‘핫 플레이스’라는 점에서 비싼 가격임에도 수요가 높은 편이다.

PC방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무래도 임대료가 높다 보니 대부분 요금은 1500원~2000원대로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그래도 그만한 높은 사양의 PC 제공은 기본이고,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사하기 때문에 방문하는 손님이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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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싼 요금만큼, PC방 시설도 좋은 편에 속한다 (사진 촬영: PNN)

기본 요구 비용이 높은 만큼, 매장 간 분쟁도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이었다. 근데 최근 이런 강남대로에도 1시간에 500원하는 PC방이 나타나면서 엄청난 출혈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상권에서의 분쟁,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신논현역에 1시간 500원 PC방이 떴다

강남대로 근처, 신논현역 부근에서 ‘500원 PC방’이 생기게 된 이유는 바로 감정 싸움이다. 처음에는 두 PC방 모두 통상적인 요금제를 갖추고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한 쪽에서 요금 인하를 하면서 불이 크게 붙었다. 주변 PC방 관계자 말에 따르면 상대 매장 앞마당에서 경쟁 매장을 홍보할 정도로 격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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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일대에서는 적자가 확실히 보장되는 요금 (사진 촬영: PNN)

실제로 강남 일대에서 1시간에 500원 PC방은 상당한 적자를 각오한 행동이다. 한 PC방 관계자는 “임대료와 아르바이트 비용, 그리고 기타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소 1시간에 1,500원이 마지노선이다”라며, “강남 부근에서 이런 출혈 경쟁이 성립되려면 일단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두 PC방의 싸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그 여파로 인해 주변에 인접한 PC방에 타격이 있었다. 이런 출혈 경쟁에 뛰어들 여력이 없던 PC방은 많은 손님을 잃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몇몇 PC방은 그대로 폐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변 상권에 있던 한 PC방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나마 우리 PC방 거리가 조금 떨어져서 타격이 조금 적었지만, 그래도 그 기간에만 전체 손님이 1/3 가량이 줄었다”라며, “근처에 있던 한 PC방에서는 손님 80% 가량 잃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개인 사업주였다면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빈번한 PC방 '출혈 경쟁'... 해결 가능할까?

앞서 말한 강남대로에서 벌어진 사례처럼, PC방 업계에서 상권 분쟁은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국 불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손님을 어떻게든 잡으려는 경쟁 심리가 가장 크다. 문제는 이런 가격 인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경영 악화라는 악순환을 계속해서 불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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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수익이란 파이를 어떻게 나눠먹느냐의 문제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범PC방상권분쟁조정위원회도 출범하는 등 업계 차원의 움직임도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강제성 없는 조정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범PC방상권분쟁조정위원회 정철두 공동 위원장은 “건전한 PC방 업계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출혈 경쟁은 업주 차원에서 지양해야만 합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고로 경쟁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라고 한다. 적절한 경쟁이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발전하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안 좋은 법. 이런 부분이 과열되면 때로는 건설적이기보다는 파괴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주변 상권에 입점한 매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요금 인하, 그리고 PC방 테러를 통한 물리적인 재산 손실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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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손님층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 촬영: PNN)

더군다나 PC방 업계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매장이 생기는 업종에서, 나올 수 있는 수익이 그리 많지 않은데 과열된 경쟁을 펼치면 결국 동반 파멸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다른 업종에서는 이미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적정한 선을 유지한 채로 전략적인 협력을 꾀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로 손님들을 공략하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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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방 업계도 원초적인 과열 경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PC방 업계에서도 새로운 정액 요금제, 게임사와의 협력, 법적인 테두리 마련 등 다양한 움직임이 이런 '출혈 경쟁'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경쟁보다는 새로운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

사실 PC방 손님 입장에서는 이런 출혈 경쟁은 그저 저렴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만 보일 수 있다. 만약 이런 낮은 요금제를 버티지 못한다면, 그저 도태된 매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는 결국 상권의 황폐화로 이어지고 선택의 폭 역시 줄어든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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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방이나 빵집이나... 결국 어느 순간 손님이 뒷감당을 할 순간이 오게 된다

한 PC방 업주는 이에 대해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더라도 적자로 인해 폐업을 하거나, 한동안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라며, “그나마 대형 프랜차이즈는 자본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만, 독과점을 이루게 된 상황에서 예전만큼 투자하는 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최근 PC방 업계는 주요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PC방 업주들도 이런 요금에 대한 분쟁이 미치는 여파를 인지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체적인 요금 마지노선을 논의하고 최소한의 수준을 지키는가 하면, 지역 모임을 통해 서비스 개선 방안과 최근 이슈를 논의하는 등이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과거보다는 출혈 경쟁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PC방 업계에도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단초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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