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양구 PC방은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한 유저 트위터를 통해 양구 PC방이 인근 부대 군인 일과 후 외출이 허용되자마자 1시간 요금을 2,100원으로 인상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PNN은 해당 지역 PC방 업주를 포함한 현지 관계자에게 확인해 시간당 2,100원을 받는 PC방이 없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기사에 포함된 군청 자료와 관계자 통화만으로는 양구에 대한 불신이 거둬지지 않았다. 오히려 양구 인근에서 복무하며 겪었던 실제 사연이 줄을 이으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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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유저 트위터 글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자료 출처: 트위터)

자고로 백문이 불여일견, 더 명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번에는 양구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과연 소문처럼 양구 PC방은 실제로 1시간에 2,100원이라는 요금을 받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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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NN의 의지가 양구로 향한다

Q. 1시간에 2,100원일까?

서울에서 2시간 가량을 달려, 강원도 양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을 둘러본 바, 양구는 소박한 시골 소도시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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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터미널 주변은 꽤 번화한 편입니다... PC방도 많고요!

원주와 마찬가지로, 양구 역시 버스터미널 근처에 PC방이 밀집됐다. 지도 상으로는 이런 PC방이 10군데 정도며, 실제 육안으로 둘러봐도 상당히 많은 수의 PC방이 보였다. 마침 방문 시점이 주말이라, 외출 혹은 외박을 나온 군 장병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수가 PC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선 근처 PC방에 들어가 1시간 가격부터 확인했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양구 PC방 1시간 요금이 실제로 2,100원이었냐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구 PC방은 1시간에 1,600원을 받았다. 이는 엄연히 회원이 아닌 비회원이었을 때 요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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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회원 카드에, 1시간에 1,600원

기본 요금이 1,600원이고, 여기에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처럼 유료 게임을 하면 추가 과금이 붙어서 2,100원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도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 매장에서는 유료 요금이 따로 부과되지 않았다. 유료 게임을 사용하고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 소모되는지도 실험해봤지만, 그런 징후 역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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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료 과금은 따로 적용되지 않았다

평균 요금을 확인하기 위해 양구 일대에서 총 6개 매장을 방문했는데, 요금 체계는 대부분 같았다. 조금 눈여겨볼만한 부분이라면, 매장마다 시장 요금이 살짝 달랐다는 점이다. 대부분 매장은 무인 선불기 시작 요금을 1시간에 1,600원으로 설정했지만, 일부 매장 중에는 1시간 16분에 2,000원을 책정한 곳도 있었다.

이 경우는 소문대로 1시간에 2,100원과 근접한 수준인데, 이에 대해 양구 PC방 업주는 “1시간 16분에 2,000원을 시작 요금으로 설정한 매장을 보고 1시간에 2,000원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계산해보면 1시간에 1,600원에다가 16분을 추가로 더했을 때 2,000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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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에 1,600원이지만, 보기에 따라 그래 보일수도

실제로 1,600원을 1시간으로 나눠 보면 1분에 약 27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27원을 76분으로 곱하면 2,000원이라는 요금이 된다. 1시간은 그나마 길게 느껴지지만 16분은 마치 '덤'처럼 느껴지는 짧은 시간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일부 손님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졌을 가능성도 있다.

Q. 군 장병을 차별 대우할까?

양구 PC방을 둘러싼 논란의 두 번째 논점은 '여전히 양구 군 장병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이다. 특히 양구 PC방은 회원 가입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주말에는 이를 막기 때문에, 군 장병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고 비싼 요금을 내고 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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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하다 모처럼 외박을 나왔는데, 바가지를 쓰면 짜증나죠

직접 PC방을 방문해서 확인해본 결과, 우선 매장에서의 바가지 요금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부분 매장이 무인 선불기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군복을 입은 장병에게는 일부러 높은 요금을 부른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대부분 양구 PC방이 무인 선불기 시스템이 구축된 상황이라 점원을 통해 결제하는 경우는 없었다. 만약을 위해 무인 선불기 요금표도 확인했지만, 회원과 학생, 비회원 항목으로만 나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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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선불 기계를 사용하고, 회원가입도 주말 상관없이 된다

회원가입도 소문과 달리 자유롭게 가능했다. 굳이 점원과 이야기하지 않아도, 선불 기계 혹은 앉은 자리에서 가입할 수 있었다. 가입 절차도 간소하고, 별도 승인 과정도 없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시스템상에서 군 장병을 구분해 차단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양구 근처에서 외출 혹은 외박을 나온 군 장병에게도 최근 양구 PC방에서 1시간에 2,100원을 내고 게임을 즐기거나, 매장에서 요금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 결과, 대부분 군 장병은 “그런 적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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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구 모습은 과거와 많이 달랐다

Q. PC방 시설이 별로일까?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대 이상 요금이나 군 장병 차별 대우 등은 인터넷을 통해 문제시되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매장 시설은 쉽사리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구 PC방 논란에 상권 특성상 요금은 이해하면서도, 시설이 낙후되어 게임 플레이가 힘든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사람들 의견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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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구 일대에 걸린 PC방 사양 홍보 배너

직접 확인해본 바로 PC방 사양도 지포스 GTX 1060과 램 16GB 정도로 그리 나쁜 수준은 아니다. 물론 서울이나 경기 등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지역은 너도나도 하이엔드급 PC에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양이 낮아 보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현재 주요 인기 작품을 무리 없이 돌린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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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헤드셋도 구비하고 있다

매장에서도 이런 PC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배틀그라운드' 플레이에 무리가 없도록 7.1채널 헤드셋과 144Hz 게이밍 모니터를 구비했으며, 더불어 매장 내 편의 시설이나 의자, 키보드 등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다. 워낙 인터넷이 발달된 세상이라 기본적인 서비스는 물론 외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양이었다.

이처럼 양구 PC방 모습은 온라인에서 알려진 바와 많이 달랐다. 과하게 책정된 요금, 군 장병을 대하는 태도 문제, 심지어 낙후됐다는 시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인근에 군 부대가 위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인 시골 소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번화가에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PC방과 요금 차이가 다소 날 뿐, 오히려 인터넷의 발달과 PC방 프랜차이즈 진입 등으로 그 지역에 적합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물론, 이 일로 군 장병을 힘들게 했던 과거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기사로 보도된 사건도 많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겪어왔던 일을 생각하면 해당 지역에 대한 불신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논란처럼, 이제는 문제 상황이 빠르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시대다. 이런 흐름을 양구에서도 인지하고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포착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축적된 불신을 단시간에 해소할 수는 없다. 이 같은 과도기를 거쳐야 군 장병 및 양구 PC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거울 삼아 군 장병에게 좀 더 건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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