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펍지(PUBG)는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 차단을 위해 '머신 밴'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핵 문제는 '배틀그라운드'의 치명적인 약점이었으며, 이는 유저 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펍지는 게임 환경 개선을 위한 '픽스 펍지(FIX PUBG) 캠페인'의 일환으로 '머신 밴'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머신 밴'은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유저의 하드웨어 정보를 수집하여 해당 하드웨어를 통해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유저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머신 밴'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머신 밴'이 도입된다면 기존에 '계정 영구 정지'와는 달리 PC 자체에서 접속을 막는 방식이기 때문에 강경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이전에는 악성 유저들이 핵을 사용해 계정이 정지된다 해도 다른 계정을 통해 게임을 재구매하여 다시 플레이를 할 수 있던 허점이 있었다.

'머신 밴'은 이와 같은 허점을 방지할 수 있다. 새 계정을 생성한다 해도 PC 자체가 접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PC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머신 밴'도 핵 유저를 100% 방지하기는 어렵다. 프로그램 하나로 하드웨어의 고유 아이디를 조작해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머신 밴'을 적용 중인 '포트나이트'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접속을 하는 유저들이 있었다. 

'포트나이트'의 이전 사례도 있었기에 일부 유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성 유저들이 하드웨어는 조작을 못하겠는가'라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포트나이트' 머신 밴을 뚫어버린 조작 프로그램

게다가 '머신 밴'이 PC방에 활용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악성 유저가 매장에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다른 유저가 해당 PC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업주에게도 큰 손해가 된다.

A 업주는 "순수하게 '배틀그라운드'만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는 유저들이 많다. 핵 문제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게 된 유저들은 PC방을 아예 찾아오지 않는다. 만약 '머신 밴'으로 인해 매장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배틀그라운드' 유저들이 PC방을 찾아올 이유가 없어진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B 업주는 "'배틀그라운드'가 하락세이다 보니 PC방 이용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한창 인기 있었을 때는 '배틀그라운드'만한 게임이 없었다. '머신 밴' 도입을 결정했으니 PC방에 대한 대책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핵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에픽게임즈는 7월에 'PC방 머신 밴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현재는 머신 밴 대신 실명 계정 밴이 적용되도록 구조를 바꿨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상황이 다르다. '포트나이트'와 달리 이미 PC방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임이며, 그동안 핵이 발목을 잡고 있었기에 이 하락세를 막기 위해선 '머신 밴'과 같은 강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 에픽게임즈는 지난 7월 'PC방 머신 밴 테스트'를 완료했으나 방향을 선회했다

▲ 18일 자, PC방 점유율 순위 (자료 출처: 멀티 클릭)

업주뿐만 아니라 펍지 측도 조심스럽다.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이 예전에 비해 하락했다지만,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 다음으로 상당수의 PC방 유저들을 보유하고 있다. PC방을 통한 수익이 무시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펍지는 해당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을 고민하는 중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PC방에 대한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PC방 업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머신 밴'은 11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펍지가 앞으로 PC방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의 핵 제재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