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되곤 하는데요. 좀 더 구체화하면 '첫 단추의 중요성'과 '과감한 실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e스포츠 사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허들이 있었을까요. 그 자세한 속사정을 알 도리는 없지만, 결코 쉽지도 않았을 거고 순탄치도 않았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날 동안 e스포츠와 별 인연이 없었던 회사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겠죠. 

무엇이든 경험이 없을 때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도전의 연속이 되기 쉬운 법입니다. 지스타2017을 WEGL이라는 브랜드로 올인한 것도, 첫 번째 파이널을 선보일 무대로 결정한 것도 액토즈소프트 입장에서는 '도전'이었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2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당시 <파이널 판타지 14>로 가득 채운 부스를 선보였을 때를 떠올리면 달라도 너무 달라진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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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 전철역까지도 WEGL을 열심히 알리는 중



WEGL의 첫 파이널 무대에서는 총 12개 종목의 주요 경기를 선보입니다. <오버워치>,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철권 7>, <NBA2K 18>, <DJMAX 리스펙트>, <마인크래프트>, <루프레이지>, <키네틱 라이트>, <매드 러너>, <무한의 유물>입니다. 

행사 기간에 비해 종목 수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예선은 사전에 미리 치른 바 있습니다. 이번 지스타 현장에서는 '파이널'이라는 말에 걸맞게 본선 경기 위주로 선보이며, 행사 마지막 날인 19일(일)에는 종목별 결승전이 릴레이로 이어집니다. 굵직한 경기들로 현장 방문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일 겁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은 경기가 치러지다 보면 자칫 관람객 분산 등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법. 이를 고려해 WEGL 부스에는 두 개의 메인 스테이지만 배치돼 있고, 각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는 일정이 무척 촘촘하게 구성된 편입니다. 두 개의 메인 스테이지에는 초대형 LED 화면이 세 개씩 배치돼 상당히 먼 거리에서도 경기 진행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중계 소리도 들리긴 하는데, 다른 곳에서 들리는 소리와 섞이면 잘 구분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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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두 개의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현장감 극대화를 위해 큼직한 볼륨의 중계 및 해설이 함께 합니다. 자칫하면 두 곳의 소리가 섞여 관람에 방해가 될지도 모를 구조인데요.

양측 중계의 혼선을 막고 관람객들의 온전한 몰입을 돕기 위해 메인 스테이지 사이 부스 중앙에는 이벤트 스테이지를 마련해 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양 스테이지 사이에 통제선을 만든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든 자유롭게 움직이며 원하는 경기를 관람하고 중앙 무대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죠. 

WEGL 부스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반다이남코 부스에서는 '더 벤티(THE VENTI)'와 제휴한 카페테리아를 운영 중이었는데요. 꽤 넉넉한 숫자의 좌석이 마련돼 있어 음료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WEGL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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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제 2 스테이지에서는 목~금 이틀간 하스스톤 경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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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크기의 화면 덕분에 부스 바깥 꽤 먼 거리에서도 중계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금)은 CS: GO 경기가 진행 중이네요.



게임과 e스포츠는 공통점도 있지만 이질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기에 흔히 별개의 영역으로 다뤄지곤 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e스포츠의 본질이 게임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지스타는 본질적으로 게임 박람회였고, 실제로 그간 e스포츠 관련 행사를 함께 유치하기도 하며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던 바 있습니다. 벡스코 옆 오디토리움에서 롤챔스 결승전이 열린 적도 있고, e스포츠 종목을 보유한 업체가 B2C관에 부스를 차렸던 해에는 현장에서의 경기 및 중계가 진행된 적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WEGL이 조금 유별하게 느껴졌던 건, 병행되거나 부수적인 행사가 아닌 '메인 콘텐츠로서의 e스포츠'를 선보였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별도의 공간, 혹은 부스 내 한 켠 공간에서의 경기가 아닌, B2C관 한쪽 측면을 가득 채운, 오로지 e스포츠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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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공식 경기 외에, 관람객들 간에 현장 대결을 해볼 수 있는 토너먼트 존도 선보였습니다. 

(NBA2K 18 대기열 겁나 깁니다…)



게임 박람회로서 신작을 출품하고 체험 기회를 마련하는 건 앞으로도 마땅히 유지돼야 할 지스타의 정체성입니다. 이벤트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경험의 꾸준한 공급이 전제돼야 행사의 본래 의미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공간의 한계라는 게 있는 이상,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이 동시에 모든 게임을 시연해볼 수는 없는 법입니다. 행사장에 머무는 모든 시간을 오로지 게임 체험만을 위해 기다리며 보내는 것도… 막상 해보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사이사이 발생하는 자투리 시간을 '게임을 하는 시간' 대신 '게임을 보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면 한층 밀도 있고 풍성한 관람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는 것이나 보는 것이나, '게임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일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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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보는 시간'에 빠져들어 있습니다.



<오버워치>나 <하스스톤> 등 기존에도 충분한 인지도와 인기를 갖고 있던 종목들은 이번 첫 번째 파이널을 시작으로 WEGL이라는 브랜드 내에서 세를 불리고 기반을 굳혀나가면 될 일입니다. 이미 관련 대회가 종종 열리고 있으니, WEGL 역시 그 대열에 참여해 입지를 다져가면 되는 거죠.

어쩌면, WEGL만의 승부수가 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는 모바일 게임이나 인디 게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바일 게임이나 인디 게임은 개별 게임 각각의 인지도와 시장성을 보면 크다고 하기 어렵지만,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놓고 보면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규모입니다.

지난 주 지스타 프리뷰 행사에서 액토즈소프트 전명수 부사장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겠다고 판단한 게임들을 WEGL 종목으로 선정했다"고 답한 바 있는데요.

이는 즉, 향후 어떤 게임을 선정해 WEGL 종목으로 합류시키느냐에 따라, e스포츠에 대한 액토즈소프트의 '안목' 또는 '비전'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스타의 남은 이틀, WEGL 부스에서는 준결승과 결승 경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보낼 남은 시간 동안 멀찍이서라도 WEGL 부스를 수시로 바라보며, '보는 맛'에 대규모로 베팅한 액토즈소프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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