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은 한국의 고유한 문화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PC방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공간이 드물고, 수요가 많은 국가가 없다. 실제로 영미권에서는 간단한 문서 작업과 인터넷 서핑에 초점을 맞춘 인터넷 카페 형태가 대부분이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아시아권도 인프라와 대중적 인식 문제로 PC방이 융성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한국 PC방을 보고 놀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만 통할 듯했던 PC방 모델이 몇몇 국가에서 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권 중 태국과 함께 대표로 꼽히는 나라로, 신흥 소비계층으로 성장할 10대 인구 비율이 높아 향후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실제로 CJ와 롯데 등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을 신흥 시장으로 상정하고 현지 진출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내 유명 관광지로 꼽히는 호치민에서는 한국 못지않은 규모의 PC방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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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이호아 소재 현지 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큰 PC방 (사진 촬영: P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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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현지 PC방은 가정집을 개조해 소규모로 운영된다 (사진 촬영: PNN)


그러나 베트남 전 지역에 PC방 문화가 퍼진 것은 아니다. 주요 거점 외 지역에서는 아직도 가정집에 20~40대가량의 컴퓨터를 설치해 운영하는 형태의 공간이 많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것이 주연테크의 자회사 주연글로시스에서 론칭한 PC방 프랜차이즈 ‘브리즈(VRIZ)’다. 주연글로시스는 지난 11월, 베트남 현지 법인 비나주연(VINA JOOYON)을 통해 뚜이호아 지역에 가전 매장과 PC방을 열었다.

주연글로시스는 해당 매장을 거점 삼아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형 PC방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베트남 뚜이호아 소재 브리즈 PC방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현지 매장을 직접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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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뚜이호아 브리즈 PC방 외관 (사진 촬영: PNN)


비싼 가격에도
매장 찾는 손님 많아
뚜이호아 브리즈 PC방은 총 211대 규모로 2층과 3층을 모두 사용한다. 한 시간 요금은 5,000동(한화 약 250원)으로, 해당 지역의 아르바이트 시급이 12,000동(한화 약 6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대비 비싼 편이다. 상권 내에 학교가 많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대부분임에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이들이 매장을 찾는다. 독특한 점은 오전과 오후로 수업 시간이 나뉘어 오픈 시간 내내 고르게 손님이 분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손님은 게임을 이용한다. 현지에서 선호하는 게임은 ‘배틀그라운드’와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피파 온라인 3’다. 이중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기반의 PC 타이틀이 아닌 모바일 버전으로, 싱가포르 소재 퍼블리셔인 가레나가 전용 클라이언트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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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즈 PC방 런처 화면 (사진 촬영: PNN)


현지 매장을 관리하는 주연글로시스 송진우 지점장은 “주변 PC방 중 가장 잘 되는 곳이 5,500동(한화 약 275원)을 받는다. 우리도 본래 환경을 고려해 8,000동(한화 약 400원)을 한 시간 요금으로 책정했는데, 주변 상권과 수준을 맞추는 차원에서 비슷한 요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구성은 국내 PC방과 유사하다. 카운터가 주방을 겸하고 흡연 부스가 설치돼 있으며, 노하드와 런처 시스템을 통해 PC를 통합 관리한다. 다만 카드결제가 보편화되지 않아 현금 결제만 가능하고 PC 사용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는 회원 가입 후에 이용 가능하다. 선불결제기가 없어 아직까지는 카운터 직원이 상시 필요하지만, 국내의 자동화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비용 효율을 높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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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즈 PC방 내부 (사진 촬영: P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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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매장에 없는 흡연실도 설치돼 있다 (사진 촬영: PNN)


송진우 지점장은 “현재 베트남에는 흡연 규제가 거의 없다. 대부분 PC방에서 자유롭게 흡연이 가능한데, 브리즈 PC방은 쾌적한 게임 환경을 만들고자 흡연 부스를 따로 설치했다. 주변 PC방에 비해 좌석이 많고 PC 사양도 높은 편이라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며 “한국과는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서 운영 시간도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한국과 비슷한 부분은 청소년이 10시 이후에 PC방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보다 쾌적한 내부 환경 구축과 함께 F&B 서비스도 고급화했다. 브리즈 PC방이 입점한 건물 1층에 카페를 운영하고 카운터 내부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한다. 베트남의 경우 정부로부터 식품안전 관련 허가를 받으면 PC방도 여타 음식점처럼 불을 사용한 조리가 가능해 전반적으로 질이 높다. 현지 손님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인근 음식점에 비해 최소 3,000동에서 5,000동 높은 가격대에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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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즈 PC방 F&B 메뉴 중 하나인 고기볶음 (사진 촬영: PNN)


송진우 지점장은 "일찍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 중에서는 식사 메뉴를 찾는 사람도 있다. 볶음밥이나 고기볶음 등의 메뉴는 여타 음식점 못지 않은 수준이라 반응도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PC방 사업

정착이 목표

베트남 1인당 연간 평균 소득수준은 2,600달러로 문화생활, 이른바 ‘놀 거리’에 소요할 비용이 많지 않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산업은 발전했으나 현지인을 겨냥한 여가 문화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다. 주연글로시스는 이런 환경 가운데 PC방이 핵심 여가 시설로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 순차적으로 지점을 늘려 인프라를 다질 전망이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소득 수준 격차가 크고 평균 소득이 낮아 개인 PC 보급률이 낮은 편인데, 이로 인해 근시일 내 PC방의 필요성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연글로시스 이정훈 대표는 “내년 1분기 중 300석 규모의 호치민 지점 오픈 예정에 있다. 해당 지점에는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선진 PC방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매장 관리나 손님 응대 방법을 점차 자동화하고 F&B 사업도 확장해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검증을 거친 후 직영과 프랜차이즈로 운영 방법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한국형 PC방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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