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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짧고 굵게 임팩트를 남기고 간 게임이 있었다. 당시 '플레이어블 티저(Playable Teaser)' 형식으로 출시 예정임을 발표했던 '사일런트 힐즈'. 개발은 취소되었지만, 티저 하나만으로 공포 게임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며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게임들이 꽤 많았다. 그중에는 영감을 받은 수준이 아닌 아예 모방에 가까운 인디게임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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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G(펍지)의 '배틀그라운드'와 EPIC GAMES(에픽 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창작이라 하기엔 애매모호한 부분, 최근 24일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주식회사(PUBG)'가 '에픽게임즈코리아(EPIC GAMES)'를 상대로 '저작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명목으로 소송 절차를 밟았다. 원인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배틀그라운드'와 여러모로 유사점이 많아 표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포트나이트'는 올해 1월 23일에 한글화를 시작으로 국내 서비스까지 계획하고 있어 이미 해외에서 다소 위세가 꺾인 '배틀그라운드'가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 시발점이 된 모양이다.


'펍지'는 "'포트나이트'가 주요 특징들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판단하에 '배틀그라운드'의 '지식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픽게임즈'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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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4일 자, 배틀그라운드 스팀 기록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 24일에 얼리 액세스 형식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스팀'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국내외 할거 없이 전 세계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다. '카카오게임즈'와 손을 잡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반면, '포트나이트'는 '세이브 더 월드'라는 디펜스 모드 게임으로 같은 해 7월 21일에 출시되었지만, '배틀그라운드'의 열기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9월 27일, '배틀로얄 모드'를 공개하면서 현재 유럽과 북미 쪽에서 크나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모드'는 무엇이 유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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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같은 푸른 색상의 자기장 시스템

3.PNG▲ 비슷한 유저 인터페이스, 체력 바와 탄약 개수 표시 위치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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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맵에서 본 경기 제한 구역, 하얀 원인 안전지대와 파란 원인 자기장 표시도 유사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저 인터페이스(U.I)다. 체력 바와 탄약 표시의 디자인과 위치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또한, 붕대와 구급상자 그리고 도핑이 가능하다는 것도 유사하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진통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통해 일정 시간 동안 체력 회복을 할 수 있는데 '포트나이트'에서도 '홀짝 주스'라는 아이템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붕대의 감는 모션과 무엇보다 붕대로는 체력을 100% 회복할 수 없다는 점까지 표절을 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닮은 부분이 너무 많다.


이외에도 맵에 표시되는 자기장의 파란 원과 안전 지역의 하얀 원을 비롯해 경기 지역 제한 문구 표시와 타이밍 등 유저들은 비슷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다. '펍지'는 이와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포트나이트'는 자신들의 게임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는 '에픽 게임즈'가 제공한 '언리얼 엔진 4'로 제작된 부분을 강조하며, 서로 협력하는 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유사 게임을 만들어 경쟁을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표절'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현재,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찬반양론이 가득하다. 위와 같은 유사점 때문에 표절이라는 유저들도 있고, '포트나이트'는 그들만의 개성을 지닌 부분도 있다며 표절의 범위에 들어가기에는 역부족하다는 유저들의 의견도 잇따랐다.


서바이벌식으로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부분이나 경기 지역 제한 등은 배틀로얄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장르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빌딩 액션'이라는 가장 큰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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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나이트의 '빌딩' 기능


플레이어는 빌딩 액션 기능을 통해 오브젝트들을 파괴해 자원을 얻고 직접 건물을 지어 엄폐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다리를 만들어 이동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  무기를 이용해 어떻게든 살아남는 방식이라면 '포트나이트'는 이 빌딩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생사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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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툰 형식의 개성 넘치는 그래픽


'포트나이트'는 빌딩 액션 기능 외에도 카툰 렌더링 그래픽으로 큰 사양을 요구하지 않으며 게임 맵도 '배틀그라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 한 판을 플레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편이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이며 무료로 공개되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인식을 확 바꾸어버린 '배틀그라운드'의 공헌을 무시할 수는 없는 처사이며 '포트나이트'가 애초에 배틀로얄 모드를 만들게 된 것도 이미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를 의식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추측된다. 즉,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격 아니냐는 의문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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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텐센트'의 '링 오브 엘리시움', 완전히 빼다 박았지만 의외로 퀄리티가 괜찮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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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웨일게임즈'의 '데스필드', 출시 초기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트나이트' 외에도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게임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중국의 '텐센트'에서 제작한 '링 오브 엘리시움'이라던지 국내에선 얼마 전 공개된 '레드웨일게임즈'의 '데스필드' 등 창작과 표절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현재 소송은 진행 중이며 법원의 판결의 따라 표절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만약 '펍지'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지금 나와있는 '배틀그라운드' 유사 게임을 만든 다른 개발사들도 긴장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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