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 관리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도 꽤 오래된 일이다. 이전까지는 노트에 손으로 적거나 하는 식으로 운영돼다가, 관리 프로그램 도입 후 초기에는 바코드가 붙어있는 카드를 이용해 이용시간을 정산하곤 했었다.

카운터에 비치된 카드를 가져가 번호를 입력하거나, 그냥 자리에 앉아 회원 로그인을 한 뒤 이용하는 후불 방식, 얼마나 이용할지 정하고 대금을 치르면 카드를 하나 집어 처리한 다음 건네주던 선불 방식. PC방들마다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다.

기본배경.jpg
▲ 지금은 무인 기계를 통해 시간을 충전해서 쓰고, 남은 시간은 회원 정보로 저장돼 다음에 다시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꽤 오랫동안 PC방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왔지만, '내가 PC방에서 실제로 보내는 시간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재봤던 기억은 없다. 기계(프로그램)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딱히 그 말을 절대적으로 신봉해서 그랬던 건 아니다. 아마 그냥 '어련히 알아서 측정되겠지'라거나, 혹은 '별로 상관없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기계라는 건 결국 사람이 다루는 것. 최근 한 댓글을 통해 "충전한 시간보다 빠르게 차감되는 PC방이 있다"라는 내용의 주장을 본 후, 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fastest-loading-wordpress-theme.jpg
▲ 같은 시계, 다른 시간…?



이에 대해 관리 프로그램 업체에 문의해본 결과, "프로그램에서는 유료게임 설정과 그에 따른 금액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만 제공하며, 어떤 게임을 유료게임으로 설정하고 그 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는 업주의 운영정책에 따라 다르다."라는 답을 받았다.

또 다른 업체에서도 "시간당 금액을 얼마로 할지, 해당 요금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대해서는 개별 업주에 따라 다를 수 있다."라며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즉, 관리 프로그램 상에서 고정된 사항이 아니며, 개별 매장의 운영정책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PC방 이용객은 업주가 설정한 요금제에 따라 시간을 구매해 PC를 사용하거나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이때 각 매장에서는 '유료게임시간'을 차감할 대상 게임을 직접 설정할 수 있으며, 이는 업주의 매장 운영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일부 PC방에 가보면 '유료게임 별도 차감'에 대한 공지가 게재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해당 매장의 관리 프로그램 상 유료게임으로 설정된 게임에 대해서는 추가 차감이 이루어진다는 뜻. 즉, 같은 시간을 충전하더라도 유료게임으로 설정된 게임을 이용할 경우 시간이 더 빨리 차감된다는 의미다.

블리자드 상용화 요금표.JPG
▲ 보통은 종량제가 적용되는 게임을 '유료게임'으로 설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시간당 500원, 유료게임 이용시 별도차감이 공지된 특정 PC방에서 A라는 게임이 유료게임으로 설정돼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PC방에서 1,000원을 결제하고 2시간을 충전한 다음 유료게임 A를 플레이한다면, 유료게임 이용에 따른 별도 차감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2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시간이 더 빨리 차감된다'라고 느끼게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단, 유료게임비를 얼마로 책정하는지 역시 개별 매장의 운영정책을 따른다. 또한, 이용시간 중 유료게임과 무료게임을 섞어서 이용할 경우, 각각의 이용시간 비율에 따라 시간 차감이 계산된다. 따라서 정확히 어느 정도의 시간이 별도로 차감되는지는 매장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별도 차감이 이루어지는지 여부, 그리고 차감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게임에 적용되는지 등을 알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때문에 PC방들은 '유료게임 별도 차감 없음'을 내세우는 식으로 운영하곤 한다.

e497c45589336d3abd24436830e5cbad.jpg

▲ 따라서 이런 식의 공지가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기도 한다.



PC방의 시간당 요금이 몇 년째 제자리라는 점은 수많은 논쟁과 담론의 대상이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상권에 따라 요금이 다른 곳도 있었고, 최근 일부 매장에서는 프리미엄 좌석을 기반으로 차등 요금을 실시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보편적인 PC방 이용요금은 '1시간에 1,000원'이라는 게 정설이다.

위와 같은 유료게임 별도 차감 구조는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아마 이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자칫 PC방의 시간당 요금에 대한 담론 전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유료게임 차감에 관해 투명하게 운영하는 매장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이러한 이슈를 계속 덮어두려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명백하게 밝히려는 자세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나을 것이다. 이용객들 또한 이 점을 감안해 '모든 PC방이 유료게임을 더 빨리 차감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섣불리 일반화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PNN:: 플레이어를 위한 큐레이션 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