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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배틀그라운드'(이하 카카오 배그)의 PC방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프로모션이 잠정적 무기한 연장을 선언한지도 어느덧 2개월을 넘었다.

지난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던 때부터 헤아리면 오픈 후 4개월 이상 PC방 과금 없이 서비스하고 있는 셈.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 PC방 입장에서는 호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의문을 품을 만하다. PC방 입장에서, 특히 배틀그라운드 점유율이 높은 PC방일수록 상당한 이득을 거두고 있다는 것.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카카오게임즈 측에는 금전적인 이득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PC방 업계와의 상생'이라는 표면적 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더라도,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카카오게임즈는 '기업'이 아닌가. 


▲ 기업인 이상 '아낌없이 주는 나무'일 수는 없는 법.


이윤을 목적으로 모인 집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고려하면, 카카오 배그가 PC방 무료 서비스를 지속하는 건 상당한 양의 '황금알'을 양보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금전적인 이득 외에 전략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뭔가가 있어야만 합리적이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목적 몇 가지를 추측해봤다.


1. PC방 업계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입지 제고

첫 번째는 대외적인 이유, 즉 PC방 업계에서 카카오게임즈의 브랜드적 가치를 더욱 높이려는 목적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보다 큰 그림을 고려한 투자라고 할까.

다만, 이 투자로 인해 실질적으로 얻어갈 만한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가맹 PC방의 추가 확보일 텐데,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다음게임 프리미엄 가맹점은 전국 1만2천여 개 가맹점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현재 PC방 관련 통계치를 참조했을 때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PC방을 포괄하는 숫자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본래 '게임사 가맹 PC방'이라는 게 독점을 기반으로 하지는 않는다. 다음게임 프리미엄 가맹점이면서 동시에 넥슨 게임 가맹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 따라서 가맹 PC방 숫자를 더 늘리겠다는 건 그다지 먹음직스러운 목표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건 '인식' 측면의 접근이다. "카카오게임즈는 PC방 업계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라는 인식을 굳건히 다짐으로써, 향후 PC방과 연계할 수 있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전제로 할 수 있다는 것. 


▲ 일종의 '평판 작업'과 같달까…


2. 카카오 배그의 '충분한 점유율' 확보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내부적인, 매우 단순한 이유다.

PC방 관련 통계 및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배틀그라운드 항목을 보면, 유통사 부분에 스팀/카카오가 함께 명시된다. 즉,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스팀 배그 이용자와 카카오 배그 이용자가 합산된 수치라는 것.


▲ 이마저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고, 이전까지는 '스팀'으로만 표시됐었다.


물론 카카오 배그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후의 데이터를 놓고 면밀하게 비교한다면 대략적인 추론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11월 정식 서비스 후 점유율 30%대 돌파, 지난 1월 15세 이용가 적용 후 40%대 돌파 등 그간 행보 뒤에 따라왔던 지표 변화도 쓸만한 근거가 된다.

패키지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유저들이 이용하던 플랫폼을 옮기는 경우보다는 신규로 유입된 유저가 더 많을 거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외부에서 볼 수 있는 데이터의 한계상, 정확한 값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카카오 배그는 현재 자체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카카오게임즈 내부에서는 카카오 배그만의 독자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어느 정도 목표치가 존재할 수 있고, 아직 그것이 달성되지 않았기에 유료화 전환을 미루고 있을 거라는 추측이다.


▲ 한줄 요약 : "I'm still hungry"


3. PC방 관련 종량제의 새로운 모델 기획

이도저도 아니라면… 지극히 현실적인, 하지만 가장 추측의 비율이 높은 목표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바로 제 3의 수익화 전략이다.

게임으로서 배틀그라운드의 수익 모델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패키지 판매 금액 + 외형 꾸미기 아이템이라는 보편적인 공식이다. PvP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공정한 대결'이라는 근간에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은 이유를 불문하고 배제하는 것이 절대적 원칙이다.

그렇다면, PC방에 부과되는 종량제를 변칙으로 적용하거나, 아예 새로운 구조로 기획하려는 의도는 아닐지 예측해볼 수 있다. 

포괄적,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현행 종량제 방식이 과연 게임업체와 PC방 상생을 위한 최선일까? 만약 이 의문에 대해 '아니오'라는 대답이 도출됐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과제가 된다. 고작 게임 하나 때문에 기존의 시스템을 바꾼다? 배틀그라운드의 위상은 '고작 게임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않은가.




실제로 PC방에 적용 중인 요금제는 '종량제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보편적인 형태가 갖춰져 있지만, 실제 부과되는 금액은 게임사마다, 혹은 한 번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결제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Ex 대량 결제, 자동 결제 방식일 경우 시간당 금액이 저렴해지는 형태)

'새로운 종량제 기획'이라는 접근이 너무 거창하다고 느낀다면, 기본적인 종량제 형태는 유지하되 부과되는 요금 비율을 조정하는 방향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 지난 1월 발표된 카카오 배그 무료 프로모션 연장 공지


지난 1월 발표된 무료 프로모션 연장은 PC방 업주 입장에서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조치였다. 프로모션의 잠정적 무기한 연장에, 종료 결정 시 사전에 공지하겠다는 내용까지.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이 누적될수록, 이후 적용될 종량제에 대한 불안감도 슬슬 싹틀 수 있는 시기다.

카카오게임즈가 내놓을 패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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