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화), 사단법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 측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공동 개최한 ‘PC방 보호 정책 및 윈도우 정품화 캠페인’을 끝마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캠페인은 ‘PC방에서 정품 윈도우 라이선스를 사용하도록 장려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 24일부터 시작해 전국 17개 도시를 순회하며 진행됐다.

인문협 측은 캠페인을 통해 “기존 매장은 현재 사용 중인 PC에 한해 라이선스 구매를 유예해주고, PC를 완전히 교체하거나 PC방을 양도/양수할 경우 DOEM/COEM이 탑재된 정품 PC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MS 측에 공식 제안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국 캠페인 현장에 참여한 1,500여 명 업주들로 하여금 위 제안 내용을 골자로 한 확약서를 작성하게 해 제출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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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페인 기간 동안 인문협 측은 각 업소에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PC방 손님만땅동호회> 카페)


언뜻 보기에는 ‘정품 사용 장려’, ‘라이선스 구매 유예’ 등 지극히 타당한 내용과 관대한 태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캠페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전, 한 가지 사례를 먼저 짚어보자. 지난 7월 11일(화), 인문협 측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대한 PC방 과금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라이선스를 구매한 유저가 PC방에서 게임을 즐길 때, PC방 프리미엄 요금이 우선 적용되게 하는 것은 이중과금에 해당하는 부당한 처사’라는 취지였다.

이 성명이 발표됐을 당시, 각종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의견이 엇갈리며 달궈진 여론을 형성했다. 한 매체 논평에서는 과거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와 <오버워치>의 PC방 과금 정책이 발표됐을 때도 인문협이 비슷한 방식의 행동을 취했음을 지적하며,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적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자, 다시 윈도우 정품화 캠페인으로 돌아가보자. 개별 게임들의 과금 정책과 윈도우의 라이선스 정책은 엄연히 다른 이슈다. 하지만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데는 기본적으로 운영체제인 윈도우가 필요하기에, 업주 입장에서는 동일한 맥락의 문제다. 

오히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개별 게임들은 상황에 따라 업주 개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매장 전 좌석에 예외없이 필요한 윈도우는 현재로서 대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과거 윈도우는 패키지 방식으로 제공돼 왔다. 하지만 MS의 라이선스 정책 변화에 맞춰 PC방에서는 DOEM 또는 GGWA 등의 라이선스를 갖춰야 한다. 이번 정품화 캠페인과 그에 따른 모든 논란의 뿌리이며 시작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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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협이 윈도우 정품화 캠페인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운영체제든 게임이든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는 PC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다양한 문제를 놓고 끝없이 이해관계를 논해야만 하는 관계이며, 결국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합의점을 도출해야만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협회와 업체의 관계를 놓고, 그 위에 인문협이 앞서 발표했던 게임 과금 정책 성명과 그 결과 등을 겹쳐보면, 이번에도 역시 협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은 최근 회원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PC방 업주들을 대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업계에 들어오는 신규 업주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PNN과의 통화에서 “인문협의 이번 캠페인이 PC방 업주들을 위한 거라고 하지만,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그는 “기존에 이미 다른 단체를 통해 MS의 DOEM 담당 팀과 협의를 진행 중이었고, 그로 인해 라이선스 구매 유예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당장 윈도우를 갖출만한 형편이 안 되는 PC방 업주들을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고, 모두 여건이 된다면 당연히 정품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즉, 취지부터 진행 과정까지 인문협의 캠페인과 닮아있는 움직임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업주에 따르면,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며, 별도의 문서를 만든다거나 업소 관련 DB 수집한다거나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인문협이 캠페인을 통해 확약서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윈도우 문제를 공식적인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

그는 “인문협 측에서 받아간 확약서라는 건, 명시된 유예기간이 끝나는 순간 해당 업주들을 한순간에 단속 대상으로 만드는 근거 자료와 다름없다”며 “이것이 진정 PC방 업주들을 위하는 길인가?”라고 비판했다.

협회 또는 협동조합과 같은 단체는 본질적으로 ‘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이며, 그 목적은 구성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 단체의 존립 자체 또는 영향력 있는 지위를 목적으로 삼으면 주객전도가 되는 꼴이다.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들 입장에서는 최근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안을 비롯해 피부에 맞닿은 이슈들이 산재해있다. 업주들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진정 우선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로 인해 단체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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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는 지적.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아이닉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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